큐브스냅 (1) — 아들이 큐브 천재가 될 줄 알았던 40대 아빠 이야기… 근데 이제 아빠는 비개발자

안녕하세요! 비개발자 1인이 또 사고를 쳤습니다.

오늘부터 새 시리즈를 시작하려고 해요. 제목은 “큐브스냅(CubeSnap)”, 카메라로 루빅스 큐브를 찍으면 푸는 방법을 3D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는 안드로이드 앱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큐브 앱이냐고요? 거기에는 우리 7살 아들과의 슬픈(?) 사연이 있답니다.

Young boy holding and concentrating on solving a colorful Rubik's Cube indoors.
Photo by Atlantic Ambience / Pexels

우리 가족 누구도 큐브를 못 풀어요

먼저 가족 소개부터 잠깐 할게요. 우리 아들이 7살인데요, 6살쯤부터 갑자기 루빅스 큐브에 빠지기 시작했어요. 어디서 봤는지 모르겠지만 색깔이 척척 맞춰지는 모습이 마법처럼 보였나봐요.

문제는, 우리 집에 아무도 큐브를 풀 줄 모른다는 점이었습니다.

  • 저 (아빠): 못 풀어요
  • 와이프: 못 풀어요
  • 할머니: 못 풀어요
  • 할아버지: 못 풀어요
  • 아들: 당연히 못 풀어요

3세대, 5명이 모두 큐브 황무지. ㅋㅋ 어른 4명이 7살 한 명을 못 도와주는 이 비극적인 상황이라니요.

처음 큐브를 사달라고 한 건 작년 어느 날이었어요. 다이소에서 3줄짜리(3×3) 큐브를 사줬습니다. 한 3천원? 그 정도였던 것 같아요. 아들이 신나서 색깔 맞추려고 한참을 끙끙거리고, 저랑 와이프도 옆에서 “이게 어떻게 푸는 거지” 하면서 함께 머리를 굴려봤죠.

Rubik's Cube 3x3 blue, white, yellow, green, orange and red

Thenror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유튜브에서 큐브 푸는 법 영상도 같이 봤습니다. “F2L”, “OLL”… 처음 듣는 외계어 같은 용어들. 분명히 원리가 있고 패턴이 있다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우리 부부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8수, 12수, 30수 외워서 돌려야 한다? 그게 학습으로 가능한 영역인지 의심하게 되는 그런 느낌.

와이프: “이걸 왜 외워야 해?”
저: “…몰라.”

그래서 우리 부부도, 아들도 그냥 포기했어요. 큐브는 우리 집에서 “예쁜 색깔 장난감” 정도로 굳어졌습니다. 가끔 아들이 만지작거리다가 한 면 정도 맞추고 “아빠 봐봐!” 하며 좋아하는 수준이요.

그러던 어느 명절, 서울 가는 길에 부산역 편의점에 들렀어요. 김밥이랑 음료수 사려고요. 그런데 거기 진열대에 2줄짜리(2×2) 큐브가 떡 하니 있는 게 아니겠어요?

‘어… 이건 좀 작잖아? 칸도 적고. 설마 이건 할 수 있겠지?!’

희망에 차서 샀습니다. 부산역에서 KTX 타기 직전이라 마음이 들떠 있기도 했고. 가족 단톡방에 “이건 분명히 풀 수 있다” 라고 호기롭게 사진까지 올렸어요.

2X2 Rubiks Cube from eBay

Mrkenjiex24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결과는요?

이것도 실패 ㅋㅋ

2×2 가 3×3 보다 분명 단순해 보이는데 그래도 우리 가족의 큐브 황무지는 깨지지 않더라고요. 작아진 만큼 더 어이없이 헝클어지기만 했어요. KTX 안에서 1시간 동안 가족 전체가 머리 싸매고 풀려고 했지만 결국 포기. 2×2 가 우리 집에 합류한 첫날부터 그렇게 패배의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그렇게 우리 집엔 풀 줄 모르는 큐브가 두 개 굴러다니게 됐어요. 3×3 한 개, 2×2 한 개. 둘 다 가족 누구도 못 풀어요. 아들은 가끔씩 큐브를 들고 와서 “아빠 풀어줘” 라고 부탁하고, 저는 매번 한 면만 그럴듯하게 맞춰주고 도망갔습니다.

큐브, 진짜 그렇게 어려운 건가요?

여기서 좀 솔직히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큐브 좀 푸는 분들이 이 글을 읽으시면 “에이 그게 뭐가 어려워?” 하실 수도 있거든요.

네, 큐브는 분명 학습으로 풀 수 있는 영역이에요. 알고리즘 몇 개만 외우면 누구나 풀 수 있다는 거 알아요. 입문자용 LBL(Layer By Layer) 메소드는 알고리즘이 7~8개 정도면 충분하고, 익숙해지면 2~3분 안에 풀 수 있다는 것도요.

그런데 그 “7~8개 알고리즘 외우기” 단계가 우리 부부에게는 산이었던 거에요. 회사 다녀와서 피곤한 저녁에, 7살 아이가 옆에서 다른 거 하자고 조르는 와중에, 알고리즘 외우기. 가능할까요? 한두 번 외우려고 시도했다가 머리에 안 들어와서 포기. 와이프도 마찬가지. 우리는 그냥… 큐브 풀기를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로 미뤄둔 어른들이었어요.

큐브를 잘 푸는 어떤 분들에게는 이게 너무 쉬워 보일 수 있어요. 근데 진짜로 못 푸는 어른도 많고, 못 푸는 어른의 자녀들은 또 그 못 푸는 부모 밑에서 자랍니다. 우리 집이 딱 그런 경우였던 거죠.

Close-up of hands solving a colorful Rubik's Cube, showcasing focus and problem-solving skills.

Photo by Arturo Añez. / Pexels

가끔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영상에서 큐브 엄청 잘 푸는 분들 손가락 보면, 진짜 1초도 안 되어서 6면 다 맞춰버리잖아요. 손가락 움직임이 마치 마술 같아 보일 정도. 그 영상 한참 보다가 옆에서 큐브 만지는 아들 보면서 잠시 망상에 빠진 적도 있어요. “오… 우리 애도 자라서 저렇게 되려나보다… 아빠는 못 풀지만 아들은 천재인가…?”

현실은 색깔도 못 맞추고 한 면만 겨우 매만지고 있었습니다. 자조 농담입니다 ㅎㅎ

그러던 어느 날, 유치원 사건이 터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치원 사건이 터졌습니다

며칠 전이었어요.

아들이 유치원에서 큐브를 들고 왔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완벽하게 풀린 상태였습니다. 6면이 모두 한 가지 색깔로 깔끔하게 맞춰진 그 모습.

“이거 누가 풀었어?”

“선생님이 풀어주셨어!!!”

아들이 자랑스럽게 들고 다니더라고요. 정말 보물 다루듯이요. 손에서 안 놓더라고요. 자기 전에 머리맡에 두고 자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들고 거실로 나오고, 밥 먹을 때도 옆에 두고. 그 작은 손이 큐브를 쓰다듬는 게 너무 귀여워서 가족 단톡방에 사진도 올렸어요. 그렇게 한참을 잘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요…

지 실수로 한 면을 돌려버렸습니다.

뭐가 일어났는지는 굳이 설명 안 해도 아실 것 같아요.

엉엉 우는 7살.

“아빠 풀어줘!” 하며 큐브를 내밀더군요. 자랑스럽던 그 큐브가 다시 색깔이 마구 섞인 상태로요. 저는요… 손에 든 큐브를 보면서 한참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저도 어떻게 풀어요, 진짜로. 와이프도 와서 보더니 한숨만 푹.

A close-up of a colorful Rubik's Cube puzzle, showcasing concentration and play.

Photo by Pixabay / Pexels

그날 밤 우리 가족은 함께 유튜브를 봤습니다. 큐브 푸는 법, 입문자 편. 하지만 1분도 안 되어서 “잠깐, 이게 어디로 가야 한다고?” 하며 답답해하는 어른들과, 옆에서 자기도 만지고 싶다고 떼쓰는 아들. 총체적 난국이었죠.

결국 그날 큐브는 다시 헝클어진 채로 식탁 위에 올려두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들이 잠들 때까지 울먹였어요. “선생님이 풀어준 건데…” 라며.

아빠 마음이 와장창 부서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앱이라도 있겠지, 했는데…

생각해봤어요. 요즘 세상에 카메라로 찍으면 큐브 푸는 법 알려주는 앱이 없을 리가 없잖아요? 분명 누군가 만들어놨을 거예요.

다음 날 출근길 지하철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열었습니다. "rubik's cube solver" 검색. 쏟아져 나오는 앱들. 다운로드 100만+ 짜리도 있고, 평점 4.5짜리도 있고. 다 좋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하나하나 들어가서 보니…

1) 잠시만 무료, 그 뒤로는 월 ₩4,900짜리 구독

한 번 풀어볼 수 있고 그 다음부터는 결제 화면이 떠요. 우리 아들 일주일에 두세 번 큐브 흐트러뜨릴 텐데 매번 결제하라는 건가요? 1년이면 5만원 넘게. 큐브 앱에?

2) 광고 폭격형

카메라 켜기 전에 광고 30초. 풀이 결과 보기 전에 광고 30초. 다음 단계 가기 전에 광고 30초. 7살이 광고 보고 닫고, 보고 닫고를 30번 반복? 못 합니다. 그것도 게임 광고가 끼어들면 “이거 깔아줘!!!” 라고 새로운 떼를 시작할 것입니다.

3) UI 가 너무 복잡한 거

어른인 저도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메뉴들. “Step 1: Scan U-Face → Tap Center → Rotate Cube…” 같은 다단계 가이드. 7살에게 “여기서 카메라 켜고 첫 번째 면 찍고 그 다음 큐브를 시계방향으로 한 번 돌려서…” 설명 못 합니다. 한 번 따라했다가 잘못 누르면 처음부터 다시. 다섯 번쯤 반복하면 아들은 큐브를 던지고 갈 거예요.

4) 한국어 지원 없음 + 광고 + 인앱결제 콤보

영어로 “Rotate cube clockwise to scan the U face” 같은 설명이 떠 있고, 그 사이사이 광고가 끼어들고, 풀이를 보려면 또 결제. 우리 아들이 이걸 어떻게 쓰나요. 와이프한테 부탁해도 와이프도 영어 가이드 따라가다 화내고 끝납니다.

Close-up of a hand holding a smartphone displaying a music listening app interface.

Photo by cottonbro studio / Pexels

한 30분 정도 앱들을 비교하다가 결론이 났습니다.

없네. 우리한테 맞는 앱이 없네.

유료라도 좋고 한국어 지원만 있고 광고만 없으면 사겠는데, 한국어 + 노광고 + 직관적 UI 콤보는 정말 찾기 어려웠어요. 외국에서 큐브를 진지하게 다루는 사람들 대상으로 만들어진 앱이 대부분이고, “큐브 처음 만지는 7살 + 큐브 못 푸는 부모” 콤보를 위한 앱은 없었습니다.

그래, 내가 만들자

이쯤 되면 “비개발자가 무슨 앱을 만들겠다고?” 하실 거예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잠깐, 저는 이미 안 만들어본 게 별로 없거든요.

  • 홈서버 (코알못도 했다! 시리즈 1~9편 참고)
  • 통화 정리 앱 Prsm
  • 회의록 자동화 (망했지만요)
  • WordPress 블로그 (지금 이 글이 올라가 있는 곳이죠)
  • 트레이딩 봇
  • 주말 나들이 추천 스크립트

이게 다 어떻게 만들어졌냐? AI 한테 부탁해서요.

저는 코드 한 줄 못 씁니다. 진짜로요. let x = 1 도 못 쓰고요, print("hello") 가 뭔지 진짜로는 몰라요. 하지만 클로드(Claude)한테 “이거 이렇게 좀 해줘” 라고 한국어로 부탁하면 어떻게든 만들어지더라고요.

게다가 요새는 클로드 코드(Claude Code) 라는 도구가 있어서, 터미널에서 “이거 만들어줘” 라고 말로 시키면 코드를 짜고, 빌드하고, 테스트하고, 깃허브에 푸시까지 알아서 해줘요. 마법 같습니다. 가끔 실수도 하지만 그것도 또 “여기 틀렸어 고쳐” 라고 말하면 알아서 고치고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카메라로 큐브 찍으면 푸는 방법을 3D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는 안드로이드 앱. 광고 없고, 무료고, 우리 아들이 혼자 쓸 수 있을 만큼 단순한 거. 내가 만든다.

요건을 정리해봤어요:

  1. 2×2 랑 3×3 둘 다 지원 (다이소 + 부산역 편의점 콤보, 위에 나온 그 두 녀석)
  2. 카메라로 6면 차례차례 찍기
  3. 잘못 인식된 색은 손가락 탭으로 수정 가능
  4. 해법은 3D 로 돌아가는 애니메이션으로 표시
  5. 속도 조절, 일시정지, 한 수씩 앞뒤로 넘기기
  6. 광고 없음, 결제 없음, 가입 없음
  7. 한국어 UI

만들어주고 우리 아들이 혼자 쓸 수 있어야 됩니다. 알겠죠? 자기가 큐브 흐트러뜨려도 옆에서 부모 안 부르고 혼자 카메라 켜서 찍고 풀이 보고 따라할 수 있는 수준. 그게 목표.

클로드 코드야…

자 그러면 이제 시작해볼까요?

터미널을 열고, 클로드 코드를 켜고, 한참을 멍하니 깜빡이는 커서를 봤습니다. 뭐라고 부탁해야 하나. 안드로이드 앱은 또 처음 만들어 보는 분야인데. 게다가 카메라로 색깔 인식이라니, 이게 비개발자가 부탁할 만한 난이도인가?

크게 심호흡하고, 부탁의 첫 문장을 입력했습니다.

클로드 코드야 도와줘…

구글 플레이에 보니 카메라로 큐브 현재 상태 찍으면 맞추는 방법 보여주는 앱 있던데 그거 유료 앱이라 내가 직접 만들어 쓸 수 없을까?

비개발자가 손가락질하며 '도와라!' 요구하는데 클로드는 무덤덤하게 '쟤 또 이상한 거 시킨다…' 생각하는 카툰
AI generated image (concept by toast)

‘이번엔 또 별 괴상한 걸 다 부탁한다…’ 라는 표정의 의인화된 클로드가 떠올랐지만, 어쨌든 클로드는 친절하게 도와줍니다. 늘 그래왔으니까요.

이게 모든 사고(事故)의 시작이었습니다. 정말로요.


다음 편 예고: 클로드가 “그럼요!” 하고 자신감 있게 답하자마자 시작된 17버전의 디버깅 사가. 첫 빌드부터 카메라가 큐브를 화이트색 상자로 인식하기 시작한 그 순간까지, 그리고 7살 아들의 첫 반응까지.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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